브런치 글쓰기

브런치] 글쓰고 싶은 언니 "결혼해도 괜찮아요"ep1

옆집언니 2021. 3. 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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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너를 만나기 전 나와 그 후 

-서른이 한참 넘고 나니 남자보는 눈이 생겼다. 

 

현재 나이 38살 

주변 친구들은 결혼생활이 어느덧 5년 차를 넘어 10년을 바라보는 친구도 있는데 나는 고작 3년 차 햇병아리 새댁이다. 친구들은 지금 햇병아리 딱지라도 달고 있는 내가 참으로 기특하고 신기할지도 모른다. 왜냐면 나는 서른 살이 넘고 나서는 결혼에는 일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연애에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연애를 잘 모르면서 장기 연애를 4년씩 그것도 두 번이나 하다 보니 헤어진 후 오는 그 여파가 나에게는 고스란히 남자와 결혼의 부정적인 상관관계로 남게 된 것이다. 23살에 처음 맛본 연애 후 27살이 돼갈 무렵에 헤어짐을 그리고 다시 또 연애 후 31살의 이별은 참으로 나에게 지독하고 못된 사랑의 향기를 남기고 갔다. 

 

그러고 보니 29살 12월은 미치도록 싫었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서른 살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와 결혼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결혼은 왜 해야 하는지, 내 인생은 내 꿈은 잘 있는 것인지 수많은 고민과 두려움으로 뭐든지 잘해야 하고 잘하고 싶은 마음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불안함과 이십 대를 그냥 보내야만 하는 것 같은 아쉬움이 서른 살이 되는 것이 미치도록 싫었던 기억이 난다.

20대의 나의 연애... 연애경험은 많지 않은데 연애 기간은 길었던.. 왜 그렇게 한번 사랑을 하면 지독하게 오래 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1년에 1번씩 남자를 갈아치워 보지 못한 게 새삼 억울할 때도 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연애를 하는 시대라던데 나의 연애 세포는 반응속도가 느려 터졌었는지 나의 연애세포들은 23살이 되어서야 발동이 되었다.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보이시한 스타일에 빠져 남자스럽게 행동하고 스포츠 같은 걸 좋아했다 보니 연애는 오글거리고 뭔가 재미없는 소꿉놀이 같은 거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뭘 몰라도 참 몰랐던 시절이었던 거다.

 

그러다 대학을 입학하고, 주변 친구들이 너도 나도 이쁜 옷에 화장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나에게 변화가 온 것은 그때였던 덧 같다. 머리도 길러보고, 화장을 해보고, 분홍색 옷을 걸쳐보기 시작하며 나름 여자 여자 한 사람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게 23살이었다. 인간은 진화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스스로 자꾸 변화를 시도하다 보니 어느새 주변에 남자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남자 사람 친구들이 생기고 그 인연으로 진짜 남자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23살부터 32살까지 나에게는 딱 3명의 남자가 있었다. 참 짧게도 만나보고 또 우라지게 길게도 만나 그 덕에 지독한 이별을 경험했던 3명의 남자들

 

23살  처음 만나 2달 사귄 박모 오빠

그해 23살 두 번째 만나 4년을 사귄 강모 오빠

그리고 28살 세 번째 만나 또 4년을 사귄 이모 오빠

 

어쩌다 보니, 나는 모두 오빠들만을 만났다. 오빠만 좋아했던 것도 아닌데 그땐 그냥 연하는 이유 없이 그냥 싫었다. 물론.. 그때 연하님들도 나를 좋아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땐 20대여서였을까? '연하'라고 하면 어리광 필 것만 같은 뭔가 듬직함 보다는 애교가 더 많을 것 같다 라는 나만의 막연한 착각(?)에 빠졌었다. 결국 나이를 먹고 나서야 30대가 되고 나서야 연하남과 사귀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임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건 내가 나이가 들었기에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가 소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웃픈 현실이지만 말이다.

 

어리다는 게 얼마나 좋은 나이인지를 그땐 미처 몰랐던 거다. 내가 젊어서 그랬는지, 마냥 기대고 싶은 오빠들이 그냥 좋았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오빠가 다 좋은 것도 아니고, 모든 연하남이 다 좋은 것도 아닌데 무지한 연애경험과 수많은 연애 정보들이 나의 연애 감정선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스물세 살 내 눈엔 26살 오빠가 그렇게 멋져 보였던걸 말이다. 연애 세포도 늦게 터진 주제에  나는 또 연애기간은 엄청 길었다. 무슨 용기로 그렇게 사귀었는지..

 

주변에서 4년쯤 만났으면 결혼할 때 되지 않았냐 했지만 28살의 겨울과 32살의 겨울은 4년이라는 시간을 쌓아봤지만 나에게 그 길고 긴 시간들은 아름다운 결혼을 선물해주진 않았다. 그들은 그 겨울을 몹쓸 만큼 시리게 아픈 이별만 남기고 유유히 떠나갔다 내 곁을.. 8년이라는 대장정의 사랑의 레이스였건만 한번 차본 맛은 꽤나 속이 시원했건만 근데 32살의 이별은 내가 차여보니 알겠더라 그 엿같은 기분을 말이다.

그리고 32살 겨울이 지나 봄이 올 때쯤 생각했었다. 앞으로 나에겐 결혼이란 없고, 연애 따위도 안 하겠다고 지겹다 이놈의 장기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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