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매일 아침 걷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무기력했던 하루였는데 걷는 루틴이 조심스럽게 일상으로 스며들어주었다. 반갑지 뭐야. 6시 50분 남편이 출근하면 나의 아침 루틴은 시작된다. 걷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에어 팟을 챙기고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굳이 누르지 않아도 될 만큼의 시간을 가진 여유로운 발걸음이 좋은 아침이다. 예전 같았으면 화장하고 허둥지둥 출근하기 바빴을 텐데 아파트 주변을 훑어보며 어느덧 느린 아침을 맞이할 줄 아는 내가 되었다. 우리 아파트 주변이 이렇게 초록 초록했는지 나무가 이렇게 높고 울창하게 뻗어 있었는지 나는 5년 넘게 살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남편과 산책하는 걸 좋아했지만 늘 밤에 하는 산책이 일상이다 보니 이런 푸르름과 여유로움이 어우러진 동..